오늘도 약속 장소로의 이동을 위하여 스마트폰으로 결제를 하고 택시에서 내린다. 잔액이 줄어들자 바로 자동충전이 되었고, 다음달 카드값에 청구될 예정이다. 문득 학생시절 밤늦게 택시비가 없어 쩔쩔매던 기억이 났다. 그동안 엄청난 변화가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에 스며들었다는 것을 느낀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런 편한 방식의 결제가 외국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국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국제적으로 호환이 되는 결제 서비스 시스템과 단말 디바이스가 국외에도 구축되어 있다면 가능하다.
 
ISO(International Standard Organization)는 국가간의 호환성을 국제표준을 담당하는 기구이다. 한국의 국가 표준인 KS(Korean Standard)는 지식경제부 산하의 기술표준원에서 담당하며, 모든 산업부분의 국가 표준을 제정한다. 즉, ISO는 각국의 국가표준 제정의 역할을 국제적으로 수행하는 곳이다. 국가간의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경우가 발생하면 ISO의 국제표준이 제정되기 힘들며, 제정되더라도 이미 시기적으로 늦어져서 산업표준을 따른 상용시스템이 운용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런 경우에는 활용되는 산업표준의 기본적인 내용으로 ISO를 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금융 서비스 산업의 표준은 국제표준보다는 산업표준을 준용하여 시스템이 구축된 대표적인 예이다. 물론 접촉식(Contact) 카드는 ISO/IEC 7816 국제표준을 준용하며, 비접촉식(Contactless) 카드는 ISO/IEC 14443 국제표준을 기본적으로 준용하여 개발된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IC 카드의 구체적인 사양은 EMV의 표준에 따라 카드가 제작된다. 

EMV는 유로페이(Europay)ㆍ마스터카드(MasterCard) 및 VISA카드사의 첫 문자를 상징한다. 세 회사가 공동으로 1995년에 첫 산업표준을 발표하였고, 현재는 대부분의 금융 IC카드의 구현에 EMV 표준을 준용한다. 그 후 EMV는 2002년에 Europay사가 MasterCard에 합병되었고, 2004년부터 JCB(Japan Credit Bureau), 2009년부터 AMX(American Express)가 새로 참여하여, VISAㆍMasterCard와 함께 참여한다. EMV에서 기술을 선점하고 표준을 제정한 현실에서는 우리나라가 국제 금융서비스의 표준화에 참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좋은 기회가 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밀집도가 높은 면적에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인터넷이 대부분의 가정에 보급되어 있고, 국민들의 학력이 높고 특히 IT기술을 어느 국민들보다 잘 이해하고 활용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역시 기적적인 속도로 국민들에게 보급되었으며 보급률도 매우 높은 환경을 갖춘 국가이다. 지금까지의 금융은 유선망을 기반으로 금융 IC 카드를 사용하는 서비스가 주가 되었지만, 앞으로는 스마트폰에 내장된 USIM칩 상의 금융 IC 카드를 활용하여 언제 어디서나 사용가능한 모바일 금융 서비스가 더 많이 활용될 것이다.

모바일 금융 서비스 표준과 관련하여, 기술표준원을 중심으로 한 국내표준은 잘 진행되고 있다. 업계의 이해관계를 극복하고 교통카드의 국내표준이 제정된 것은 모바일 교통카드의 활용에 큰 걸림돌을 해결한 것이다. 올해 모바일 신용카드의 국가표준이 제정되었으며, 모바일 현금카드도 금융결제원과 함께 작성되는 국가표준이 곧 완성될 전망이다. 이제는 국가표준에서 국제표준으로 노력을 더 기울일 시기이다. 아직 국제표준이 완성되지 않은 지금의 시기를 놓치면, 금융 서비스 기술에서 국제표준에 참여할 수 없었던 과거의 전철을 다시 밟게 된다. 이를 위한 국가 정책 및 금융 당국의 많은 지원과 참여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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